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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일상

[일상] 마음의 연료와 가치추구의 삶

신라면순한맛 2024. 8. 13. 16:44

우리네 삶이 각박한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SNS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유독 더 그런 점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내 삶만 보더라도 실제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해보았다. 나와 우리네 삶에서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 왜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적인 성장을 이룸에도 불구하고 자꾸 돈만을 찾게 될까? 왜 자꾸 남과 비교를 할까?

나 또한 평소에는 이러한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다만 지내다보면 어느 순간 문득 정신이 들곤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놀랍도록 차분해지는 이 순간.

조금 거칠게 사람을 기계에 비유를 해보자. 기계가 동작하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주입된 연료를 다 쓰고 나면 기계는 동작을 멈춘다. 기계의 기능이 문제여서가 아니다. 단지 연료가 없을 뿐이다. 예컨대 집에 있는 커피머신은 미리 주입된 물을 끌어서 커피를 내린다. 한 번 커피를 내릴 때 필요한 물의 양이 있는데, 그만큼의 물이 없다면 다 쓴 시점에서 굉음을 낸다. 조금이라도 더 끌어오려고 애쓰는 것처럼. 그러다 결국은 내릴 수 있는 물이 더이상 없어 커피 제작을 중단한다.

사람은 어떠한가? 우리의 연료는 무엇인가? 물론 기계가 동작하기 위해서 일정량의 전기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음식과 수면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와 다르게 그런 피상적인 것만 있어서는 제대로 동작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진짜 연료는 마음의 연료이다. 이 마음의 연료는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도 있지만, 보통은 어릴 때 가족간의 관계로부터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어른의 시점으로는 당연한 그런 것들. 가령 아기때 뒤집기에 성공했다고 갈채를 받고, 글씨를 잘 쓴다고 칭찬을 듣고, 부모님이 아프실 때 밥에 물을 말아드린 행동으로 동네 모든 어른들께 장하다는 소리를 듣는 그런 것들이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아주 작은 그런 것들이 모여, 우리의 자존감을 형성하고 세상을 살아나갈 힘을 마련해준다.

내가 어릴 때에는 IMF로 인해 나라가 휘청였었고 그로 인해 우리 집도 본격적인 가난의 길로 들어갔다.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민들의 가정들은 고통속에 살아야만 했을 것이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경제는 회복했고, 그렇게 나아지는 듯 했다. 실제로 가정형편이 많이 회복된 가정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그 여부와는 관계없이, 겉으로는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삶은 결과적으로 척박해졌다고 생각한다.

저런 경제적 위기를 사회 전반이 겪고 나면 사람들은 다들 돈에 집착하게 된다. 살아야 하니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땅히 지켜져야 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 분위기와 가르침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가되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 내면에 있어야 할 연료는 남아있지 않고, 그럼에도 살기위해 굉음을 내기 시작한다. 마치 물이 다 떨어진 커피머신처럼.

결국 사람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기에 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가치부여보다 경제적 및 커리어적 관점에서 손해라는 점이 앞서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혹은 아이까지 가지 않아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비단 아이를 낳거나 자살하는 등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느끼는 요즘 우리나라 사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모든걸 돈으로 환산하여 키재기를 한다. 왜 그럴수밖에 없었을까? 더이상 쓸 연료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여유가 없어지고 피상적인 것에 집착하게 된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자산과 연봉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항상 나보단 잘난 사람들을 보기 때문에, 그마저도 불행해진다.

그럼 이렇게 끝내야만 하는걸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정말로 오랫동안 많이 고민해왔다. 아직도 답은 잘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마땅히 갖췄어야 할 연료를 갖추지 못했다면, 후천적으로라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언제 내면의 연료를 쌓을 수 있었는가.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고, 물질이 아닌 대상 그 자체에 대한 가치를 추구했던 것 같다. 우리는 그걸 보고 아이들은 참 순수해, 라고 한다. 순수한 마음.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어렵지만 충분히 해볼만 하다. 가치추구의 삶. 피상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나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것. 물론 어른이기에 더 많은 것들을 책임지며 나아가야겠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임에는 명확해보인다. 잡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않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고, 깊이 있는 고민들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사회 속에 녹아있되,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들여다본다.

그런 삶을 살아나가야겠다.